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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학

벤담과 에피쿠로스의 공리주의 씨앗

by 형티처 2023. 1. 11.

우리는 이미 목적론적 윤리의 한 가지 유형, 즉 윤리적 이기주의를 살펴보았다. 윤리적 이기주의는 옳은 행위란 행위자를 위해 최대한의 선을 산출하는 행위라는 견해이다. 이기주의는 행위자 자신에게 편향된 목적론적 윤리이다. 이 장에서 우리는 목적론적 윤리의 지배적 형태인 공리주의를 살펴볼 것이다. 윤리적 이기주의와 달리 공리주의는 보편적인 목적론적 체계이다. 공리주의는 단순히 행위자의 선의 극대화가 아니라, 사회 내의 선의 극대화 - 즉, 최대 다수의 최대 선 -을 요구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항상 공리주의적 추론을 사용한다. 나는 나를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것보다. 그 돈이 곤궁한 사람들에게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그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할지도 모른다. 나는 전시에는 사회의 필요가 나 자신의 필요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군대에 가서 죽음의 위험을 감수할지도 모른다. 공식적 윤리 이론으로서 공리주의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이다. 그는 "쾌락은 자연이 우리가 추구하도록 정해 놓은 목적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가 선을 판단하는 기준이다"라고 말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옳음과 그름은 어떤 것이 산출하는 쾌락이나 고통에 의해 결정된다. 에피쿠로스의 이론은 주로 쾌락과 고통에 대한 개인의 사적인 경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는 일종의 윤리적 이기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에피쿠로스는 일반적 행복의 개념을 강조한 일련의 18세기 철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일반적 행복이란 단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행위의 만족스러운 결과들을 가리킨다. 허치슨은 "최선의 행위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증진하는 행위이다" 라고 주장하였다. 흄은 행위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좋은 결과를 기술하기 위하여 공리(uilty)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공리주의의 고전적인 표현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회 개혁가인
벤담과 밀의 저작에서 나타난다. 이들은 도덕에 대해 비종교적인 접근법을 취하였다. 그들은 도덕과 법의 이름으로 통용되는 근거 없는 규칙들을 폐기함으로써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였다.

공리주의는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벤담에 의해서 명료화되었는데, 결과주의의 원리(또는 공리주의의 목적론적 측면)와 공리의 원리(공리주의의 쾌락주의적 측면)가 그것이다. 결과주의의 원리는 행위의 옳고 그름은 그 행위에서 생기는 결과의 좋고 나쁨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원리이다. 중요한 것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즉,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공리의 원리 또는 쾌락주의적 원리는 그 자체로 선한 [좋은] 유일한 것은 어떤 특정한 유형의 상태라고 주장한다. 쾌락주의적 공리주의는 쾌락을 유일한 선으로 보고, 고통을 유일한 악으로 본다. 고전적 공리주의를 최초로 체계화한 벤담을 인용하면, "자연은 인류를 쾌락과 고통이라는 두 군주의 지배하에 두었다. 이것들만이 우리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어떤 행위가 고통보다 많은 쾌락을 산출하거나 고통을 예방한다면 그 행위는 옳고, 어떤 행위가 쾌락보다 많은 고통을 낳거나 쾌락의 산출을 방해한다면 그 행위는 그르다.


벤담은 쾌락 계산법이라는 쾌락과 고통의 측정 방법을 창안했다. 쾌락의 경험과 고통의 경험은, 그 경험의 일곱 가지 측면, 즉 강도, 지속성, 확실성, 근접성, 다산성, 순수성, 파급 범위를 총합함으로 씨 양적으로 점수화된다. 가능한 행위 각각의 쾌락과 고통의 양을 합산한 다음 그 점수를 비교함으로써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해야 한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것을 죽은 사람의 돈을 양키스팀에게 줄 것인가 아니면 아프리카가 굶어 죽어 가는 사람들에게 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앞의 예에 적용해 보자. 우리는 까지 모두 적용해서 관련된 모든 사람이 누리게 될 쾌락을 합산할 것이다. 만약 기아선상에 있는 난민들에게 돈을 주는 것이 최소한 300만 헤돈(행복의 단위)을 산출하는 데 비해 양키스팀에게 돈을 주는 것은 1 미만을 산출한다면, 우리는 기아 난민들에게 돈을 가져다주어야 할 의무를 지닐 것이다.


벤담의 공리주의는 몇 가지 점에서 호소력이 있다. 그것은 쾌락의 극대화와 고통의 최소화라는 단 하나의 원리만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간단하다. 그것은 도덕이 고통을 완화하고 선행을 증진하는 것이라는 우리의 상식적 생각에 부합한다. 또한 그것은 과학적이다. 벤담의 공리주의는 간단하게 양적 측정을 하고, 우리 자신을 특별히 우대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인종, 성, 사적인 관계, 종교 등을 이유로 특별히 차별하지 않고, 원리를 공평하게 적용한다.


그러나 벤담의 철학은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하고, 달리 보면 너무 복잡하다. (우리가 6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쾌락 외에도 다른 가치들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벤담의 철학은 너무 단순하다. 그러나 그의 인위적인 쾌락 계산법을 보면 그의 철학은 너무 복잡한 듯이 보인다. 쾌락 계산법은 너무 많은 변수가 관련되어 있으며, 각자의 변수에 점수를 배당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무더운 날에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 것과 쌀쌀한 날에 따뜻한 샤워를 하는 것에 우리는 어떤 점수를 주어야 하는가? 5살짜리 아이가 새 장난감을 받고 기뻐하는 것과 30살 먹은 사람이 새 연인을 사귀면서 얻는 기쁨을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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