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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학

밀의 행복주의적 공리주의

by 형티처 2023. 1. 11.

3강

 

우리가 당신에게서 당신의 두 번째 자동차를 빼앗아서, 당신보다 그 자동차를 통해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릴 차 없는 거지에게 주어도 되는가? 그리고 만약 우리가 측정해야 하는 것이 단순히 전체적인 쾌락의 이득일 뿐이라면,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실제 세계에서보다 쾌락 기계나 행복 기계 또는 마약을 통해 더 행복하다"라면, 우리는 이러한 조건들이 실현되도록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이유에서 벤담의 공리주의는 당시에도 돼지의 철학"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왜냐하면 벤담의 공리주의에서는 자기 삶을 즐기는 돼지가 약간 불만스러운 소크라테스보다 더 높은 도덕적 상태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반론에 대처하여, 돼지의 철학이라는 비난으로부터 공리주의를 구해 낸 것은 벤담의 계승자인 존 스튜어트 밀이다. 밀은 이를 위해 단순한 감각적 쾌락과 행복을 구분하고자 하였다. 밀의 공리주의는 종종 행복주의적 공리주의라고 불린다. 그는 행복을 최소한의 고통이라는 말로써 뿐만 아니라 지적, 미적, 사회적 즐거움과 같은 보다 높은 수준의 쾌락을 만족의 유형이라는 말로써 정의한다. 즉, 쾌락에는 두 가지 유형의 쾌락이 있다. 하나는 먹는 것, 마시는 것, 성, 휴식, 감각적 쾌감과 같은 저급 쾌락 또는 기초적 쾌락이다. 다른 하나는 고급문화, 과학적 지식, 지성, 창조성과 같은 고급 쾌락이다. 저급 쾌락은 더 강렬한 만족을 주지만, 과도하게 탐닉하면 고통을 야기한다. 고급 쾌락은 더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며, 점진적인 경향이 있다.
밀은 고급 쾌락이나 더 세련된 쾌락이 저급 쾌락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더 높은 능력을 갖춘 존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열등한 능력을 갖춘 존재보다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할 것이며, 아마도 고통에도 더 민감한 것이기 때문에, 확실히 많은 점에서 고통을 느끼기도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이런 높은 능력을 갖추지 않은 존재보다 질적으로 더 유복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만족한 돼지이기보다는 불만족한 인간인 편이 더 낫고, 만족한 바보이기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인 편이 더 낫다." 인간은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 그런 존재이다.


인간은 저급 쾌락을 원한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돈독한 우정, 지적인 능력, 문화,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하는 능력, 지식과 지혜를 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런 고급 쾌락을 누리는 것이 진정으로 더 좋은 것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여기서 밀은 전문가 위원회를 내세운다. 밀에 의하면, 두 종류의 쾌락을 폭넓게 경험 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고급 쾌락을 결정적으로 선호한다. 밀은 경험론자 - 모든 지식과 정당한 신념은 경험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믿는 사람- 였기 때문에 인간 역사에서 구성된 합의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록 음악과 고전음악을 모두 경험한 사람은, 두 음악을 이해한다면, 롤링 스톤즈와 무용 데몬스보다 바흐와 베토벤을 선호할 것이다. 즉, 우리는 일반적으로 단순한 것(예를 들면, 자장가 같은 것)을 감상하는 것으로부터 더욱 복잡하고 난해한 것(예를 들면, 커다란 재능을 필요로 하는 시와 같은 것)으로 나아가지, 그 반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밀의 답변은 엘리트주의적이고, 감각적인 것보다 지적인 것을 과도하게 선호한다고 비난받아 왔다. 하지만 밀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우리가 저급 쾌락과 고급 쾌락을 모두 경험해 보았다면, 비록 안전한 삶이 양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오직 저급 쾌라 만을 누리고 사는 삶이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가?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낫고, 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은 훨씬 더 낫지 않겠는가?


여기서 요점은 돼지를 만족시키는 것으로는 인간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어쨌든 고급 쾌락의 질이 더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쾌락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의 설명 방식은 다음과 같다.

행복이란... 순간적인 황홀에 빠지는 삶이 아니다. 오히려 [행복은] 고통은 적고 일시적이며, 쾌락은 많고 다양한 가운데, 능동적 쾌락이 수동적 쾌락을 압도하고, 전반적으로 삶이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기대할 필요가 없는 삶에서 느끼는 기쁨의 순간들이다.*

밀은 분명히 지식, 지성, 자유, 우정, 사랑, 건강과 같은 더 높은 성질들을 강조함으로써 쾌락 개념의 경계를 확장하였다. 사실, 우리는 밀에 대해서 그의 행복 개념이 실제 쾌락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쾌락과 무관한 마음 상태를 함양하는 것과 더 관련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리주의는 세 가지 아주 긍정적인 특징이 있다. 공리주의의 첫 번째 매력 혹은 강점은 그것이 단일한 원리, 즉 모든 상황에 대해 잠재적 대답을 가지고 있는 절대적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최대의 공리를 증진하는 것을 행하라!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위 인도 원리를 가지고 있는 것, 이것이 공리주의의 장점이다 - (삶이 단순하지 않은 까닭에) 적용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말이다.
공리주의의 두 번째 강점은 그것이 도덕의 실질적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공리주의는 "보편화할 수 있는 것을 행하라"와 같은 지침처럼 단지 원리들을 선택하는 폭넓은 지침만을 제시하고 어떠한 원리도 제시하지 않는 단순한 형식적인 윤리 체계가 아니다. 오히려 공리주의는 '인간의(그리고 가능하다면 동물들의) 행복을 증진하고 고통을 완화해라'는 하나의 핵심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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